순수 채식주의 부페, 러빙헛

동물을 좋아하는 여섯살 큰 딸 연우는 세살때까지는 햄과 고기를 잘 먹곤 했었다. 하지만 네살이 되고 어린이집에 간 이후 선생님에게서 고기는 '동물을 죽여서 만든 것'임을 배운 이후부터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여 아내와 본인은 연우를 존중하여 고기를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물고기도 싫다고 하고 나중에는 고기의 냄새도 피하곤 했는데, 다행히도 계란과 우유, 치즈같은것은 고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잘 먹고 있다. 놀라운 것은 연우의 경우 전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햄, 소세지조차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의식적으로 안먹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 거다.  요즘은 조금씩 쇠고기 안심 조린것은 조금씩 맛보기는 하면서 초등학교 들어가면 고기도 잘 먹을께요~ 라고 말한다. 


고기를 잘 안 먹게 됨으로써 연우가 잘 안크고 건강하지 않느냐 한가 하면, 또래중에서 제일 키크고 잔병치레 없이 잘 지내는걸 보니, 채식을 하면 꼭 영양 불균형이 오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아내 또한 고기를 즐겨하지 않아, 우리집에서는 본인과 둘째 딸인 연아만 고기를 먹는 사람축에 들어가는데, 이마저도 다른 집에 비하면 그다지 많이 먹는것도 아니다.




아무튼, 본인도 처음에는 '건강하려면 채소와 함께, 고기도 골고루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으나 요즘은 육식보다는 채식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더 좋을것같다고 느낀다.


지지난주와 지난주말에 경기도 과천 어린이대공원 부근에 있는 '러빙헛' 이라는 완전채식주의자(비건 : vegan)를 위한 식당을 찾아가 보았다. (주소는 : 경기 과천시 죽바위로 37-24, 02-502-8858)

4월인가에 오픈하여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식당 같았으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데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 되는듯 장사는 잘 되는 것 같아 보였다.




다행히 주말에 차가 밀리지 않아 고양시에서 이곳까지 40분 정도에 올 수 있었고, 점심시간에 맞추어 가서 바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처음 갔을 때, 연아는 잠들어 있어서 한켠에 재워놓고 먼저 먹었는데, 배부르게 먹을 즈음 일어나서 이것저것 챙겨서 줬더니 잘 먹었다.


고기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채식이지만, 콩고기를 통해 고기 비슷한 풍미를 낸 음식도 있고 전반적인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고 얌전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채식이어서 그런지 배부르게 먹었지만 부대끼지 않고 이따가 조금 산책하고나니 기분좋게 배가 꺼져서 좋았다.



빵에 발라져 있는 크림도 우유로 만든게 아니라고 한다. 근데 크림맛이 나고 맛있다



잘 먹는 연우





아내가 여기 음식을 종류별로 좀 찍어놓자고 해서 음식 사진을 빠르게 찍어보았다.

나중에 책 보고 비슷하게 만들어보자고 한다. :~)






비빔밥 코너



분쇄한 땅콩을 뿌린, 매콤한 맛의 콩고기



오뎅맛 나는 고기 대체제가 들어가 있던 담백한 맛의 김밥








쌀로 만든 스테이크(?)






제일 맛있고 깔끔했던 녀석들






또다른 콩고기





버섯탕수육





미역국




호박죽




모밀국수 코너 (모밀은 대나무로 만든 동그란 받이에 들어있었음). 국물이 짜므로 조금만 넣어야 함



대충 이런 음식들이 있었고 (흰밥, 현미밥도 있었음), 사이드 메뉴로 무알콜맥주와 사과주스 등도 팔고 있었다.




무알콜 맥주도 맛보았는데 : 이건 맛있기만한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고기를 대신하는 콩고기처럼 무알콜 맥주가 그냥 맥주를 대체할 순 없어 보인다.



곳곳에 채식주의를 표방하는 책과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식당 한켠에는 마실것과 따로 집에서 해 먹을 수 있는 채식 재료, 과자가 진열되어 있는데 값이 그렇게 비싸지 않은 - 실비 수준의 정직한 가격이어서 놀랐다. 꽤 양심적으로 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먹고도 어른 둘, 연우(6살), 연아(3살 무료) 34,000원에  무알콜맥주, 군것질거리들 사고도 4만원 남짓만을 지불했다. 계절밥상같은 곳이나 일반 식당 가서는 이렇게 즐겁게 먹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계산대에는 채식을 옹호하며, 많은 사람들이 채식에 동참하도록 촉구하는 유인물도 있었다.

사실 채식을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은 육식을 하지 못해서 불만이고, 채식을 하더라도 기분이 좋지 않지만, 채식을 일종의 환경운동과 같이 생각하며 실천하는 사람은 기분 좋게, 즐거이 실행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식당도, 그러고보니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채식의 대중화를 위해 의식있는 사장님께서 시작하신것 같다. 그러고보니 식당 안에서 틀어주는 비디오, 전시된 책들, 인테리어가 그런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





식당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후식 (아이스크림, 과자, 사탕)을 먹고 재잘거리면서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왔는데 여러모로 기분 좋고 의미있는 날을 보낸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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