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잡아먹을 것들이니까? : 농장 동물복지에도 관심을..

 지난달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강아지 공장의 실태가 보도된 이후, 이를 철폐하기 위해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연예인들이 SNS에 관련 글을 올리며 반려동물의 학대와 동물복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어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공분하는 것 같다.

 

(수많은 사람의 공분을 일으켰던, TV 동물농장의 강아지공장 방영분)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가수 현아의 말에서처럼 귀여운 강아지에 대한 수요가 있기에, 이에 맞춘 공급이 생기게 되므로, 새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에는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입양을 하자는 말 역시 일리가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인간의 친구라고 여겨지는 반려동물의 위험에 대해서는 대부분 쉽게 감정이입을 하며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심지어 그들은 집안에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람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식용으로 여기는 가축들에 대해서는 막 대해도 상대적으로 덜 미안한 감정을 갖는다.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보호하고 배려해야 하는 생명임에도 말이다. 최근 열렸던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실시하는 동물보호·동물복지 심포지엄에서 조차도 농장동물 발표시간에는 반려동물과 비교해 청중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정부의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 로드맵 : 작년(15년) 한육우 인증기준이 마련되고, 16년 오리, 염소 등에 대해 추가로 기준을 준비중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고기, 계란, 우유 등을 제공하는 농장동물, 각종 약품과 화학제품들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희생되는 실험동물들도 동물복지를 누려야 하는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장동물에 대한 동물복지는 12년 산란계 농가를 시작으로 15년까지 돼지, 육계, 한·육우에 대한 인증기준이 수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는 05년부터 현재까지 운송, 도축, 살처분 등 12개 분야에서 동물복지기준을 제정하였고, EU에서는 12년부터 동물복지 5개년 행동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농장동물복지도 시작이 늦은 것은 아니다.

 

 

 

 

 

(14년도에는 육계의 인증기준이 생겼다. 사진은 자유 방목 추가 인증을 받은 육계농장)

 

 처음에 본인은 친환경축산물, 농장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의 연장선상에서 축산물의 안전성과 위생을 보다 강화한 고급축산물을 생산하는 기준이 농장 동물복지라고 생각했었다. 현재 해당 업무를 하는 이의 현실이 이러하니 일반인들 중에도 잘못된 복지 개념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 같다.

동물복지는 축산물안전과는 별개의 개념으로,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적 대우와 예의에 대한 규정이다.

 

동물복지란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고통이 최소화되는 행복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동물의 습성과 행동을 존중하고, 동물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 주는 일련의 조치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동물의 기본적인 욕구는

 

 △배고픔과 갈증으로부터 해방

 △불편함으로부터의 해방

 △통증, 부상,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정상적인 의사행동을 표현할 자유

 △공포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동물복지인증은 동물의 이러한 기본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 장치 등을 마련하도록 하므로 인증을 받은 곳의 농장에서 사는 동물들은 그렇지 않은 농장의 동물들보다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성과 경제성은 다소 떨어져 생산비는 30~50% 가량 증가한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직접 찾아가 봤었다)

 

 본인이 관련 업무를 하면서 동물복지인증농장들을 둘러보고 느꼈던 점은 ‘사람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복지를 생각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농장동물복지인증을 받으려면 반드시 최신의 값비싼 설비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인증이 어려울 것이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업무 관련하여 견학을 갔던 농장들 중, 시설이 허름한 곳들도 있었고, 규모가 크지 않아 멀리서 보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인지도 모를 정도의 농장도 있었다. 사람의 기준이 아닌 동물의 기준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소와 돼지는 마음껏 뛰놀게 충분한 깔짚을 깔아주고, 닭은 땅을 밟고 다니며 이따금씩 횃대에도 올라가게 환경을 만들어주는게 동물 입장에서의 복지인 것이며 이런 농장이 동물복지농장인 것이다.

 

 

(동물들 스스로가 편안하게 느끼고 좋아하면 그게 동물복지 아닐까)

 

 

16년 3월 현재까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축산농가는 국내 전체 11만 8천가구의 0.07%에 불과한 88곳에 불과하다. 인도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비율이 전체의 1%도 안되는게 현실이며, 동물복지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여전히 낮다. 그나마 인증율이 가장 높은 축종은 산란계인데 전체 계란의 1% 정도가 동물복지 계란이지만 기존 제품보다 최소 30%에서 3배 가까이 비싸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동물복지축산물에 대해서는 호감을 가지지만, 실제 마트에서 동물복지축산물의 가격표를 보면 구매까지의 결정에 수많은 결심이 필요한 것 같다.

 

(공정무역)

 

 동물복지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공정무역 상품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우리는 공정무역커피와 초콜렛이 일반 제품보다 더 영양가가 높거나 건강에 더 좋거나 맛있어서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공정무역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인해 상대적 약자인 가난한 생산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동물복지축산물도 마찬가지로 이들 축산물을 소비함으로써 보다 많은 농장동물이 인도적인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기에 기꺼이 몇 배의 돈을 지불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동물복지 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축산,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축산에 동참하는 ‘운동’의 의미를 더 두어야 할 것 같다.

 

(동물복지 유정란은 선뜻 집어들기엔 비싸다)

 

 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이야기하면 사람의 권리나 복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과연 동물복지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반론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잡혀먹는 동물만 불쌍하고 쌀과 배추등의 식물은 불쌍하지 않은가 라는 논리까지 맞이하기도 하는데, 자연상태의 동물의 본능과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인도적으로 키우는 것은 적어도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로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돼지고기도 육고기로서는 최초로 동물복지 축산물이 나왔다.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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