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폭락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16년 천안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방역 담당자인 본인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재작년 AI의 경우, 대규모 산란계 살처분에 따른 계란값 폭등이라는 전례 없는 사례를 남기기도 했는데, 폭등한 계란은 이후 재입식된 병아리의 산란 시기 도래시, 과잉생산이 되어 이제는 계란가격 폭락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새로 입식한 경우, 폐사가 적고 산란율도 높이 나옴 -> 과잉생산됨)


(이번달 산란계<계란> 관련 축산관측지의 요약본이다)


 

축산물 중, 계란이나 원유는 양파같은 저장품과 같이 저장해 놓고 나중에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아닌 공급의 변화에 따른 가격의 변동폭이 큰 특징이 있다. 산지 출하가 10% 정도만 왔다갔다 해도 소비자 가격은 50% 100% 넘는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이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특히나 원유, 계란은 보관기간이 길지 않아 상대적으로 수입 대체가 어려워서 어지간해서는 영향 받기 어려운 품목이었는데, 작년엔 그 보기 힘든 하얀 계란이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에 오기도 했다.



이랬던 계란이, 과잉 입식된 산란계의 산란 시작과 더불어 지난 살충제 계란 사건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더해져 극심한 과잉공급으로 이어졌다.


계란이 매일 5천만개 가량 생산되는데, 소비는 매일 4천만개밖에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20%에 달하는 1천만개가 매일 남아돌게 되어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소비가 부족한걸 늘리기는 어려워 가격은 곤두박질 치고, 매일 산란하는걸 막을 순 없기에 농장엔 출하 못한 계란이 쌓여가고 있다.


소비촉진 운동의 일환으로 여러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여의치가 않다. 실제로 본인이 속한 농협에서도 계란 팔아주기 행사를 해서, 1인당 30구들이 계란 5판씩 (150구)을 샀는데, 이웃집들 충분히 나눠주고도 남아서 매일 계란말이, 머랭, 케이크 등을 만들어 먹는 등 원없이 계란을 먹고 있다.



(지난 4월 3일 롯데마트에 갔더니, 물론 미끼상품이긴 하지만 30구 들이 계란 한판을 천원에 팔고 있었다)




다른 일반란 한판은 5500원 정도...



(물론 할인 받아서 3천원 정도에 거의 누구나 살 수 있었다... (계란 한개에 100원 꼴... 산지가격과 같다..))


산란계 농가가 죽겠다고 난리다. 물론 몇십만수 키우는 자금력 있는 대규모 농장은 버틸 여력이 있다. (대개 지난 계란 파동때 매우 돈을 많이 번 농가들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한 중소규모 신규 입식 농가들이 생산비를 밑도는 계란 가격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산란계를 자율 감축하는 자구책으로 위기를 넘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입식하고 충분히 계란을 뽑아먹지 못한 산란계를 선뜻 먼저 도태하는 농가는 별로 없기에 이러한 계란값 폭락현상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자칫 잘못하면 치킨게임이 아니라, 에그 게임이 벌어질 지도...


16년~17년간의 AI를 겪고 산란계 대규모 입식 당시에는 그러면 이런 사태를 미리 예견하지 못했을까?

본인은 당시 방역관련 회의시, 계란값 폭등때 임직원 계란 안먹기 운동 나오는 이야기도 기억나고, 하나로마트에서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농협이 돈을 풀어 가격 안정을 시켜야 한다는 등의 각종 대책안이 오갔던것도 생생히 기억난다. 


신규 산란계 입식 이후엔 오히려 계란이 너무 많아 큰일날 거라는 관계자의 이야기도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던 것일까? 협회와 같은 생산자 단체측에서도 이와같은 것을 충분히 예견했을텐데, 자율감축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적당한 규모의 입식이 되도록 생산자간에 왜 아무런 협의와 협력이 없었던가?


계란가격과 관련하여는 이 외에도 할 말이 더 있지만, 갑갑한 심정을 억누르고 이정도로만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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