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제 야채라면을 만들어보았다.

라면을 가장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봉지에 써 있는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가끔 냉장고에 있는 여러가지 재료들을 나만의 생각에 따라 이리저리 넣다보면 꽤 훌륭한 라면이 재탄생되기도 하는데 (다음에 그와 꼭같은 맛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어제의 라면 끓임이 그러했다.


예전에는 농심의 신라면과 안성탕면을 즐겨 먹었으나 결혼 할 무렵부터는 오뚜기 진라면 순한맛을 주로 먹게 되었다. 

자극적인 맵삽하고 얼큰한 게 라면의 정석인 줄 알았던 예전의 나는 부드러운 진라면의 맛에 빠져들어 지금까지도 웬만하면 (라면을 잘 안 먹기는 하지만), 라면은 진라면 순한것을 먹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청경채, 알수 없는 야채, 애호박, 당근, 표고버섯 말린것, 떡볶이 떡, 콩나물 등의 재료가 보이길래 되는대로 꺼내 보았다. 양파와 목이버섯, 만두 같은것들도 있었으면 넣었을텐데 아쉽게도 이것들은 어제의 냉장고에는 없었다. 아쉬운대로 이녀석들을 이용해서 라면을 끓여보았다.



본격 야채라면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해장용으로도 큰 기능을 할 것 같은 콩나물을 한 움큼 준비



연우가 좋아하는 치즈도 한번 준비해 보았다 : 그런데 나중에 깨달았지만 야채라면에는 치즈는 정말 안 어울렸다. 맛의 수준을 급격히 떨어뜨리므로 치즈는 안 쓰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적량보다 다소 많은 양의 물을 끓이고 (왜냐하면 야채를 꽤 많이 넣고 끓이기 때문에 이들의 육수가 국물에 우러날 것이기 때문), 제일 처음 오래 끓일 것들인 다시마와 표고버섯 말린 것을 넣었다.



이녀석들을 먼저 넣고 좀 더 끓여 국물을 좀 낸다.



열용량이 가장 큰(?) 떡볶이떡을 그 다음으로 넣었다. 이것도 너무 오래 끓이게 되면 질겅질겅 물러져서 씹는 맛이 급격히 나빠진다. 중간쯤에 넣기를 권장한다.



끓는 물 이었지만 차가운 야채들이 한꺼번에 투입되자 끓음이 한순간 잦아들었다. 남은 야채를 모두 넣음.

거의 찌개에 준하는 모습이다.



그 다음 준비한 콩나물도 넣어줬다



또 다시 잦아든 냄비



팍팍 끓을 수 있게 뚜껑을 덮어준다



이윽고 스프도 넣고 좀 더 끓으면



면도 넣어준다. 진라면의 경우 4분을 끓이라 써 있던데, 경험상 2~3분 정도만 센 불에서 팔팔 끓이고 꺼야 면이 퍼지지 않고 가장 맛있는 것 같다.



끓인 라면을 2개의 큰 그릇에 나눠 담았다. 하나는 아내 것, 하나는 내 것



나는 이 라면에 치즈를 얹어서 치즈 라면으로 먹으려 준비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러지 않기를 권한다. 치즈의 맛이 깔끔한 야채 라면 국물을 모두 무효화 시키기 때문에 그렇다. 치즈라면은 매운 라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나 계란을 풀은 라면에서는 좀 더 어울리지만, 깔끔한 맛을 추구하는 야채라면에는 알맞지 않은 궁합같다.



보기에는 맛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별로다. 치즈를 괜히 얹었다.



다음에는 국물과 면을 따로 끓여 기름기를 쪽 뺀 면발 + 따로 끓인 국물을 적용한 저칼로리 라면을 만들어 볼까 한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