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썼던 017번호를 바꾸게 되었다

99년 대학 입학 후, 016, 018, 019 번호를 쓰던 PCS보다는 더 잘 터지는, 그리고 커플 무제한 요금제가 있던 신세기통신 017로 첫 휴대폰을 개통해서 오늘까지 쓰고 있다. 당시에는 PCS는 PCS끼리, 셀룰러폰은 셀룰러끼리만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어서 011, 017끼리만 문자메세지를 교환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여자친구와 커플 요금제로 묶어서 밤새 통화를 하기도 하였는데, 어차피 요금이 무료여서 전화기 배터리가 다 되도록 실컷 이야기를 하고, 배터리를 다시 바꿔 다시 전화하거나 휴대폰 충전기를 연결한 채로 통화를 이어가기도 했었다.

 

첫 휴대폰이 아마 이 모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군 입대 기간엔 친형이 잠시 전화를 이어 쓰다 (이 때 잠시 LGT 010 골드번호를 받아 개통해서 썼었는데, 훗날 친형에게 이 번호를 주고 다시 나는 017을 썼다) 다시 받아서 쓰길 벌써 한 17년이 지났다. 그간 기기변경이나 번호이동 등을 통해 공짜로 폰을 바꿀 기회도 많았건만 번호 바꾸는게 싫어 집요하게 2G 구닥다리 휴대폰을 오래도 썼었다.

 

만족도가 매우 높아 몇 개 공기계를 다시 사서 쓰곤 했던 스카이 IM U130
지금도 다시 쓰고 싶은 휴대폰 중 하나

 

남들 다 바꾸는데, 왜 이상한 고집을 부리냐고 핀잔도 많이 들었지만 : 그냥 계속 이 번호를 쓰고 싶었다. 스마트폰 좋은 거 알고, 나도 쓰고싶었지만 태블릿으로 버티거나 010 번호를 하나 더 개통해서 착신해서 쓰는 식으로 썼다.

 

팬택엔 큐리텔이라는 회사에서 나온 P1 이라는 폰(보아폰)도 매우 잘 썼다
모토로라 레이저도 매우 좋았었고 (하지만 자판이 익숙치 않았다)

 

LG폰은 이지한글 이라는 자판을 썼었는데, 타자속도가 빨랐던 기억이 난다
이런 슬라이드 폰도 있었다

 

 

그러다 해외 직구 휴대폰을 루팅하여 2G 서비스를 쓸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후로는 2G 스마트폰을 썼다.

당시 휴대폰보다 훨씬 떨어지는 스펙이었지만 그래도 감지덕지로 썼다

요즘 나오는 휴대폰은 거의가 비슷한 형태이고, 이제는 본인도 나이가 들어서 새로운 기기가 나와도 예전만큼의 가슴뛰는 설렘은 없어진 것 같다. 더 빨라진 속도, 커진 스크린, 새로운 기능 등이 추가되었지만 예전의 불편하던 시절의 기기들에 더 애착이 간다.

 

각설하고

 

이제 이런 휴대폰을 쓰면서 그렇게 오랫동안 유지했던 017, 2G를 이제는 쓸 수 없게 되었다.

당초, 2013년이면 전부 010 번호로 바뀐다고 하였게 2018년으로 바뀌더니 그래도 그럭저럭 쓰다 KT가 2G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어서 SK와 LG도 이에 동참하면서 2021년 6월말을 기준으로 01X로 통칭되는 2G폰은 쓸 수 없게 되었다.

 

본인도 끝까지 유지하던 번호를 이제는 강제로 바꿀 수 밖에 없어, 연말까지 적용되는 번호 자동연결로 전화번호 변경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바뀐 번호를 써야 하게 되었다.

 

아까운 마음은 들지만, 생각해보면 요즘은 전화번호를 외우는 일은 별로 없으니 지금까지 번호 유지를 위해 한물간 공기계를 어렵사리 구해서 기기변경하며 지냈던 것이 무상하게 생각된다. 그래도 나름 오랜 시간동안 특이한 번호를 쓰는 사람으로 나름의 정체성과 고집스럼을 보여준 017번호. 고맙고 잘 썼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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