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몰랐던 한글의 뒷 이야기 - 한글날 기념

오늘 10월 9일은 한글날 이다. 한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아마 대부분 세종대왕, 용비어천가, 집현전 등을 말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한글에 대해서는 숨겨진 이야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한글의 뒷 이야기를 한 번 살펴보았다.



1. 3년의 연구와 검토를 거쳐서 등장한 한글


한글은 1446년에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니까 올해 2016년에는 한글이 세상에 나온지 570년이 되는 해 인 것이다.

그런데 세종대왕은 1443년에 훈민정음을 창제 했다고 하는데, 3년 동안 훈민정음은 어디에 있었나?



 세종대왕은 한글을 발표하기 전, 언문청이라는 기관을 세워 많은 학자가 한글을 연구하도록 했다고 한다. 백성들이 새로운 문자를 쉽게 쓸 수 있는지 미리 검토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같았으면 베타 서비스를 한 것 이다. 또한 성삼문, 신숙주와 같은 언문청의 학자들을 13차례나 중국 요동으로 보냈다고 하는데, 명나라 최고의 언어학자들에게 말과 글의 이치를 배워 오게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한다. 또한 몇몇 신하에게 훈민정음으로 노래를 만들라고 지시하기도 하였는데 그래서 탄생한 것이 '용비어천가' 이다. 


(용비어천가의 2장 내용 중..)


이는 한글 창제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 문학사상 최초의 국문시가로서 역사적 사료와 함께 문학과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중요한 유산이다. 새 글자를 꼼꼼히 챙기면서 사람들이 반발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3년이라는 세월을 준비한 세종대왕의 꼼꼼함에 감탄한다




2. 금지된 한글


성종 무렵, 한글을 만들고 알리는 데 힘썼던 관리의 대부분은 세상을 떠나 한글을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던 중 1504년에는 어떤 양반이 연산군을 비판하는 글을 한글로 써서 길거리 벽에 붙인 사건이 일어난다. 연산군은 폭군이라 당연히 불같이 화를 냈고 결국 한글로 된 책을 모조리 불태워 없애면서 전국적으로 한글을 배우는 일을 금지했다 한다. (이런이런!)



 심지어는 한글을 아는 사람을 잡아들이기도 했다고 하여 그야말로 위기였던 것이다.

(한글을 탄압한 연산군, 황음무도에 빠지다 : http://blog.jmagazine.co.kr/492)



숙종 때는 한자와 중국을 좋아하던 일부 양반이 한글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였다. 결국 압박을 이기지 못한 숙종은 모든 공문서에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한글은 또다시 백성들 사이에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3. 한글의 별명


 한글은 세종대왕 때 '훈민정음', '언문', '언자', '언서' 등으로 불렸다. 당시 훈민정음은 '정음'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로 했지만 이후에 그렇게 쓰인 기록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기록되어 있는 이름 말고 한글을 부르는 또 다른 별명이 있었다.


 '암클', '아햇글', '중글', '상말글' 등이 한글의 별명이다. 암클, 아햇글, 중글은 한글이 주로 여성이나 아이, 중이 배우고 쓰는 글자라는 뜻이고, 상말글은 어감 그대로 상스럽거나 점잖지 못한 글을 적는 글자라는 뜻이다. 이런 별명을 보면 한글을 낮춰보는 옛사람들이 생각이 담겨있는 것 같아 속상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한글이 그만큼 배우기 쉬운 매우 좋은 글자란 것도 알 수 있다. 또 기득권 지식층과 남성 중심으로 좁게 쓰였던 한자와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두루 사용한 글자라는 것도 알 수 있다. 낮추어 부르려는 별명 덕에 오히려 한글의 좋은 점을 알 수가 있다.


4.  IT 강국의 배경에 한글이 있었다


한글이 다른 글자보다 과학적이라는 사실은 지금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 나도 실감하는 바 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빠르게 글자를 입력하는 저기 여고생도 마찬가지로 느끼고 있을 터 이다. 컴퓨터의 영문 자판은 알파벳의 사용 빈도수에 따라 배열이 되어 있다. 영어 'read' 는 모두 왼손으로 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글 자판은 자음과 모음이 좌우로 나누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규칙적으로 이용해 입력할 수 있다.


(한글 두벌식, 세벌식 자판)


(중국어 키보드 자판의 한 종류)


(유명한 삼성의 천지인 자판)


(중국어 자판)


(아랍어 자판)


 또한 예전 피쳐폰 시절을 보면 숫자 자판과 특수문자 키를 모두 합해도 자판이 12개 밖에 없었는데, 중국의 한자나 영문 알파벳은 12개로 글자를 입력하기 매우 불편했다. (피쳐폰 시절, 한자를 어떻게 입력했을까 상상이 안된다) 하지만 한글은 12개 자판만으로도 모든 문자를 표현할 수 있었다! 천지인자판, 이지한글, 스카이 한글 등 여러가지 자판으로 이러한 입력이 가능했었던 것은 그만큼 한글이 기막히게 잘 만들어졌다는 뜻 이다.


5. 한글은 명확한 역사가 있는 글이다


앞서 한글 창제와 반포일에 대해 설명했었는데,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문자를 계획적으로 만든 나라는 없다. 한글은 문자 탄생의 기록을 가지고 있고, 창제 연도와 제자원리가 분명한 문자이다.

로마어, 중국어, 일본어 등 세계 인류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문자는 오랜 세월에 걸쳐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한글은 언제,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명하게 기록된 문자이다. 정말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든 것 같기도 한 신묘한 한글, 정말 잘 만든 글자임에는 분명하다


(모양도 참 이쁘다)


외래어를 적절히 섞어 쓰면 똑똑해 보이는 줄 알고, 또한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조어를 만들어서 쓰는 등 우리말이 안좋게 변형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글자를 기록하는 한글의 경우 거의 모든 언어를 함께 기록하며, 적절하게 받아쓰고 담아내고 있다.




(스스로의 무지함과 교양없음을 드러내는 한심한 일)


 요즘 우리나라에 산다는 것이 부끄럽고 자괴감 드는 일이 많지만, 이런 위대한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570년이나 지났지만 새삼 세종대왕의 선견지명이 대단했음에 감탄한다.


(한심하다 한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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