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었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동양 고전, 사서삼경중의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론은 수신, 제가 까지 잘 제어가 된 연후에 치국 평천하까지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쓴 군주의 자기계발서이다.

 

1513년에 출간된 이 책은 고리타분해 보이는 제목과 고전으로 속한 책의 분류 때문에 접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우선 생각보다 책의 두께가 얇고 각 장의 내용도 그리 길지 않아 짧은 호흡으로 술렁술렁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쓰여있어 충직한 신하가 왕에게 강의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서문이 전하에게 올리는 헌사로 이야기가 시작되는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책은 통치자, , 군주를 독자로 삼아 쓰여졌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약간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으며, 현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서술도 보인다.

 

군주론은 모두 26개의 장으로 써져 있다. 초반에는 군주국의 종류, 과거 역사를 통해 본 군주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설명한다. 중반부에는 군사론에 대한 내용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힘의 근원(이라 여겨지는) 군사력을 키우고 유지하는 내용을 다룬다. 후반에서는 통치의 기술을 말하며, 군주가 가져야 할 덕목과 여러 선택과 결정을 하여야 할 때의 레퍼런스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에는 이탈리아의 통일을 위해 메디치 가문이 잘 나서줘야 한다며 왕을 설득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마키아벨리즘에 대한 설명

 

군주론은 출간된 이후 교황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었는데, 이는 중후반부 서술된 통치 기술에 있어 목적을 위해서는 필요에 따라 사악해질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이유였다 한다.

 

꼭 필요하다면, 악덕을 행하고 나쁜 평판에 개의치 말라

관대해야 하지만, 관대하다는 평판은 얻지 말라

인색하다는 평판에 개의치 말라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군주가 되려거든 관대하고, 군주가 된 이후에는 인색하라 것 등..

 

처세, 정치에 대한 현실적이고 효과적, 돌직구 같은 조언은 지금 상황에서도 거의 통용되는 것 같다. '팩트폭력'과 비슷하게 이런 조언들은 당시 군주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이 책이 출간된 시기는 벌써 500년도 전의 과거. 1차 산업혁명도 200년이나 지나야 오는, 그야말로 중세시대이다. 지금과는 여러 제반 여건들이 천지차이라 할 정도로 큰 차이가 있기에 여기서 주장하는 사회현상과 조언은 분명히 가려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인간 사회의 본성과 기본적인 사고의 틀은 공통된 것들이 많으므로 2020년 현재의 정치, 역사, 사회현상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설명 가능하다.

 

시간의 강력한 저항을 이기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군주론]도 가벼이 쓱 읽고 지울 작품은 아니다. 저자가 살아왔던 시대의 일들을 생각해 보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정치 사회현상들을 겹쳐 보았을 때 얼추 많은 부분이 대입되어 설명 가능한 것 같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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