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들의 생로병사’ 병마와 죽음 앞에서의 평등함

조선왕들의 생로병사 / 강영민 지음 / BF북스 / ‘12. 3. 19 발행

 

 이 책을 읽은 계기는 최근 가족들과 다시보기로 본 사극 드라마 ’대장금‘ 때문이었다. 대장금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한 국민드라마인데 조선시대 궁녀 ’서장금‘이 수라간 나인에서 의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산소같은 여자‘로 유명한 이영애기 연기한 장금의 애환과 이를 둘러싼 악역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재미있어서, 50화가 넘는 장편이었지만 아내와 열 살, 일곱 살 난 두 딸들도 매일 두편씩 챙겨보느라 한달이 훌쩍 지나갔었다.

 

드라마 대장금의 전반부는 수라간에서의 궁중암투와 갖은 모략을 요리실력과 음식에 대한 진심으로 이겨낸 상궁들의 이야기였는데 다양한 궁중요리의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특히 당시 왕이었던 중종의 “맛있구나”, “맛이 참 좋구나” 등이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장금에게는 어머니와 같았던 정상궁, 한상궁이 죽고, 이윽고 제주도 관비로 내쳐진 장금은 그곳에서 의녀가 되기 위해 의녀 장덕에게서 의술을 배우고, 얼마 후 한양에서 치러진 의녀시험에 수석 합격하며 내의원에서 본격적인 의녀생활을 시작한다. 의녀가 되어 환궁한 장금에게 악역들이 갖은 방법으로 괴롭히지만 그때마다 장금은 실력과 진심으로 버티고 결국 이들을 넘어서며 이겨내기까지 한다. 의녀로써 뛰어났던 장금은 궁 안팎의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활약을 하며 결국 왕과 왕비까지 치료한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봤었던 한상궁의 죽음 장면

 

여기까지는 드라마 대장금의 이야기였고 본인은 당시의 왕이었던 중종과 왕후중 하나였던 문정왕후가 궁금하여 뒤늦게 그 시절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드라마에서 그려졌던 중종이 어떤 임금이었는지 궁금했고, 극중 나왔던 문정왕후와 같은 인물들과 당시 중요 정치가였던 조광조와 같은 인물들에 대해 찾아보았었다. 학창시절 외우는 것을 잘 못하다보니 국사(國史)과목에 무식하였던지라 역사적 인물과 사건의 이름 정도만 들어본 듯 하고 그에 대한 앞뒤 맥락을 몰랐다. 인터넷 백과사전과 유튜브 요약영상으로 개요를 파악하고 더 궁금한 것은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그 부분을 찾아 읽었다. 시험을 염두에 두고 중압감을 가지고 ’공부‘하는게 아닌, 순수한 궁금증을 위한 공부였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극중 상당히 미화되어 표현되었다고 하는 문정왕후

오늘 리뷰하는 이 책은 조선시대 초대부터 마지막 왕까지 당대의 정치상황과 당시 왕의 생각, 형편, 건강상태가 잘 설명되어있다. 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지은 책이라 왕들이 앓던 지병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였는데, 본인도 생명과학을 전공하여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흥미롭게 읽었다.

 

출처 : http://thestory.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7/2016062702578.html

 

조선의 왕들은 대개 등창, 중풍, 폐결핵, 당뇨 등의 병으로 사망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조선왕조 왕 중, 가장 오래 산 왕은 21대 영조로 83세, 가장 단명한 왕은 6대 단종으로 17세였다. 이외의 왕들은 대개 지금 나이 환갑(60) 이전, 대개 30~50세에 사망하여 지금 본인 나이쯤인 40대에 거의 죽음을 맞이한 것을 알수 있다. 사망시기와 더불어 왕으로서 지냈던 기간을 보면 재위기간이 9개월밖에 안되었던 12대왕 인종, 1년밖에 안되었던 8대왕 예종부터 가장 길게는 46년간 재위했던 19대왕 숙종이 있었다.

평균을 내보면 조선시대 왕은 수명이 47세, 즉위연령은 24세이며 재위기간은 19년 2개월이 된다고 한다.

 

출처 : http://thestory.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6/27/2016062702578.html

 

조선왕 27명은 일국의 임금으로서 최고의 대우를 받으며 살았었지만, 왕으로서의 엄청난 부담감과 나름의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는 않은 것으로 보였다. 왕위에 올라서 호의호식을 하면서도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정치적인 상황에 의한 스트레스를 무절제한 음식, 과음, 과색을 하며 풀다보니 성인병에 걸려 말년을 고통스럽게 지낸 기록이 많아 어떤 면에서는 안타깝기도 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한창인 중년에 죽음을 맞이하고, 20년도 안되는 재위기간 동안 수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는 셈이니, 만약 보통의 양반과 왕의 삶 중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면 본인은 평범한 양반을 택할 것 같다.

문득 최첨단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저울로 매일의 체중과 체지방, 심박수 등을 측정하며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