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다시 작성해 보는 어루러기에 대한 소고

지난 포스팅들에서도 알 수 있듯, 본인은 10대 청소년 시절부터 어루러기와 부스럼 등의 피부질환을 겪어왔다.

그 중 어루러기는 최근까지 괴롭힘을 당하던 것인데, 그간 여러 식이와 약물 요법을 해 왔지만 실패했던 것이 매우 호전되어 여기에 지금까지의 소회와 근원적 접근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사실 수의학을 공부하면서 나름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일반인보다는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름 스스로 임상증상을 관찰하고 판단하면서 관리하여 왔었는데, 20년 가량의 대부분의 시간은 어루러기에 굴복하여 지배당한 상태였다. 그간 나는 어루러기가 곰팡이성 질환으로서 항진균제와 같은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여 제어할 수 있고 완치 또한 가능하다고 믿었다.

니조랄과 같은 비듬샴푸를 쓰고, 간에 무리가 가는 경구 투약용 항진균제를 복용하며 약물 부작용으로 발진과 가려움증과 같은 것도 겪었다. 라면이나 과자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했었는데 단발적인 것에 불과해 효과를 보기 전에 노력을 중단했었다. 완전한 치료까지 가지 않은 어설픈 약물치료는 균주의 내성을 점점 강하게 만들었고,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듯 나중에는 웬만한 약물로도 어루러기는 잡히지 않았던 것 같다.

겨울이면 잠잠해지다 여름이 되어 땀나는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퍼져가는 어루러기 반흔들. 반은 포기하고 지내기를 오래 하다, 아내의 도움으로 식생활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술을 줄이고 (끊지는 못했다), 가급적이면 고기보다 채식을 먹으려 노력했다. 다이어트와 병행하여 탄수화물도 줄였다. 작년(2018) 6월 쯤의 체중은 79~80kg에 육박했지만 지금(19년 5월)은 72kg 정도로 뺐고, 과자와 군것질도 완전히 끊지는 않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였다. 좋아하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도 일부러 덜 먹으려 노력했다. 음식을 사 먹거나 가공식품을 먹어야 할 때엔 라벨을 꼭 확인하여 식품첨가물이 많이 기재된 것들은 피했다. 꼭 먹고싶을 땐 첨가물이 최소한으로 들어있는 생협 물품을 먹었다...

 

그랬더니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 (사실 신경쓰고 있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알게 되었다)이 일어났다. 배와 등, 목, 팔 접히는 곳에 있던 보기 좋지 않은 어루러기가 점점 옅어지며 거의 없어진 것이다. 얼룩 자국이 진했던 부위는 아직 옅게 흔적이 남아있지만 확실하게 예전보다는 좋아졌다. 목욕탕에서 전신거울을 봐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예전 한참 심하던 때에는 무당개구리의 배 무늬같이 얼룩이 심해, 병원에 가서 팔뚝 채혈 할 때에도 눈치가 보였었는데 이제는 보통 사람과 다름없이 깨끗해졌다.

 

20년 넘게 고생하고 있던 어루러기. 갖은 약과 요법을 시행했어도 각종 부작용만 남기고 숱한 컴플렉스를 양산하던 이게, 식생활 개선이라는 어찌 보면 당연하고 별것 아닌 조치로 물러가다니. 지금까지 이를 해결하려 했던 여러가지 노력이 헛된 것이었다는 걸 알게되자 본인이 헛똑똑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 줬다.

 

생각해 보면 이런 것이 비단 어루러기 뿐인가 싶다. 비만, 당뇨, 심장병과 같은 것에서부터 더 나아가서는 암과 같은 치명적 질병까지 다 기초적인 식습관, 생활습관의 문제로 기인한 것들이 아닌가? 

혹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어루러기 치료에 대한 글을 찾아 온 사람이 있다면 이것 하나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 

 

어루러기를 포함한 다른 질환들. 결국 생활습관에 의해 나에게 찾아온 결과다. 그러니 약물이나 각종 요법을 통해 이기려 들지 말고, 그런 질환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찾아 근원적으로 접근하시라. 본인이 겪어 보니 어루러기는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같다. 물론 너무 심각한 어루러기라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나 이는 가시적인 임상증상을 낮추는데에 국한되어 사용되어야 하며, 실제로는 가공식품, 지나친 육식, 음주, 습한 생활과 같은 원인 환경을 개선하는게 더욱 중요하다. 

20년 넘게 겪은 어루러기와 거의 결별하면서 본인의 생활습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고마운 질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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