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사 전에 음식 사진을 기록으로 남기는 버릇이 생겼다.

의, 식, 주

 

식(食)은 이 중 두번째로 입는 것 다음으로 위치해 있는데,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이니 가운데에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식사시간을 일을 하기 위한 정거장 정도로만 여겨 5~10분만에 밥을 뚝딱 먹고 서둘러 일어나 버리거나 즐거운 식사시간이 되어야 함에도 회사의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고, 그리 아둥바둥 하는 것인가

 

돈 벌고, 일하는 이유가 맛있는 것 먹고, 가족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일진대

 

그런 중요한 시간들은 일하는 시간 사이의 정거장 정도로 여겨지고, 회사와 일, 스트레스가 삶의 대부분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식사 시간도 즐거워야 하는데, 빨리 먹고 일어나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하거나 어딘가로 이동해야 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건 분명히 잘못된 거다.

 

당장 오늘도 점심에 뭘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메멘토스러운 망각을 조금이라도 늦추고자, 그날 먹었던 구내식당 밥의 메뉴라도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보기로 했다.

 

혹시나 배탈이 나도 추후 역학조사 자료로 쓰일 수도 있을테고, 무슨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았고 그날 일이 잘 풀렸는지 추적하는 빅데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또 이렇게라도 무수히 흘러간 지난 점심, 저녁 시간들을 붙잡아 다시 한번 훑어보고싶은 기대감에 오늘도 점심 먹기 전 후다닥 스마트폰의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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