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과 커리어, 선택을 하며 든 몇가지 정리되지 않은 생각

본인은 삼남매 중, 막내아들이다. 9살 터울의 첫째인 형님과 4살 많은 누나 아래에서 많은 사랑과 귀여움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막내로 지내는 것에는 집안에서 사랑과 관심을 많이 받아 좋은 점이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모든 막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막내가 막내가 아닌 또래들 보다 천천히 철드는 것 같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누나 밑에서 자라다 보니, 형과 누나로부터 여러가지 조언을 많이 듣고 컸는데, 이러한 조언은 훗날 내가 저지르는 크나큰 실수의 빈도를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비교적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된게 아닌가 싶다.

 

개와 고양이와 같은 동물을 좋아해서 막연하게 들어왔던 수의과대학. 암기에 특히 취약해서 해부/조직학 등의 과목에서 어려움을 겪고, 6년 학업 + 3년 군대,  포함 9년 후 졸업하여 수의사 면허도 땄는데.

처음 생각했던 개, 고양이와 같이 내가 이뻐했던 내가 동물들을 다루는 반려동물 수의사가 아닌, 산업동물과 연관된 일을 하는 (주로 행정적인 일을 하는)수의사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나의 커리어와 소회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0. 본과 시절 : 대동물 임상수의사가 되고 싶었으나, 2년 정도 병원생활을 해 보고 내 적성이 이게 맞는지 고민.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시기

 

1. (08년 3월 ~ 12년 6월) 유한양행 동물약품 영업부 : 영업 + 기술지원 수의사

 - 경기도 북부지역을 담당, 주로 돼지와 소 농장 대상 활동. 동물약품 대리점의 영업담당자와 동행활동

 - 영업부 내의 교육자료 제작 등 여러가지 일을 함

 - 내성적인 성격을 개조하기 위해 뛰어든 영업직 덕택에 상당한 성격 개선

 - 훌륭한 기업 문화, 훌륭한 직장 멘토들의 도움과 아쉽지 않은 급여 등 전반적으로 만족

 - 임상 수의사로서 보다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 이직을 결정

 

2. (11년) 베링거인겔하임 동물약품 : 최종면접에서 탈락 (기본 임상소양 부족, 영어회화 부족)

 

3. (12년) 농협중앙회 수의직 : 1,2차 합격 후, 최종 면접에서 탈 (이유?)

 

4. (12년 6월 ~ 12년 12월) 서울경기양돈농협 동물병원 : 기술지원 및 조합원 관리 수의사

 - 경기도 북부지역을 담당. 6개월간 활동

 - 조합원의 동물약품업체 소속 수의사에 대한 대우와 조합수의사에 대한 대우의 차이(우리식구)를 느낌

 - 조합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찾아보기 시작

 

5. (13년 1월 ~ 현재) 농협중앙회 소속 : 수의직 수의사

 - (13년 ~ 14년) : 고령축산물공판장 - 소/돼지 도축 및 축산물 생산가공 관련 위생 안전 담당

 - (15년 ~ 현재) : 중앙본부 축산컨설팅부 - 가축방역, 동물병원 수의사교육, 동물복지농장 등 담당

 - 현재 진행형

 

대학 졸업 후, 만 9년이 흘렀으니 햇수로는 10년차. 이제는 신입사원이 아닌 중견 직장인에 발을 들여놓았다.

물론 여러 번의 이직으로 현 직장에서의 근무년수와 승진연차는 적지만, 확실히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내 몫의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일전에 다녔던 회사에서의 경험과 수많은 실수와 실패들이 아주 조금씩 나를 철들게 한 것 같다.

자다가도 생각해 보면 이불킥을 할 정도로 부끄러운 언행을 한 적도 있고, 그 때 좀 더 잘 했으면 지금 더 나았을 텐데 라는 등의 아쉬움은 항상 있어왔다.

 

 

 

그래도 위안을 삼는 것은

 

1. 그 당시의 나로서는 미래를 알 수 없었기에 당시로서의 최선의 선택을 한 것

 -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다만 과거의 점들을 이어 미래에 대한 궤적을 유추하고 최선의 선택을 할 뿐'

 

2. 지금 있는 위치에서의 시작은 비록 늦었지만, 동년배의 다른 직원보다 다양한 경험과 사람을 겪은 것

 - 인생은 마라톤과 같기에

 

3. 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딸들이 주는 행복감

 - 이녀석들과 커리어, 돈 따위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음

 

등이다.

 

 

생각의 정리 없이 두서없이 써내려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도 불분명한 글이 되어가고 있지만, 몇가지 든 생각은 분명히 해 두고 싶다.

 

-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것, 시간이 지나야 해결이 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 아무리 애정어린 조언과 코칭을 해 줘도, 겪어야 하는 실수는 겪기 마련이며 고통과 후회도 어느정도는 겪어야 하는 것 같다.

- 물론 승승장구 해서 잘 나갈 수도 있겠지만, 이는 나중에 지불할(?) 실수의 시기를 미루었을 뿐. 실수와 실패는 언젠가 겪게 될 거다.

- 그러니 현재에 불만 가지지 말고, 즐거이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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