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은 비싸도 동물복지 계란으로 사 먹자

본인은 농협 중앙회에서 수의사로 근무중인데, 가축방역, 동물병원, 농장 HACCP과 더불어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일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복지 농장이 2012년부터 시작되어 16년 9월 현재 100여개 농장, 1% 미만의 농장들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상태로서 아직은 걸음마 상태라 관련 업무를 하는 데 아직 저변이 극초반기라는것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매일 들어가보는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등 정부 홈페이지를 둘러보다 농식품부의 산하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www.epis.or.kr)에서 진행하는 동물복지축산물 체험단을 모집하는 게시물을 보았고, 바로 응모를 했다.

 

별로 알려지지 않은 행사라 체험단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지난주 금요일 동물복지 계란 20개들이 택배가 집으로 도착했다.

 

동물복지 계란에 대해 리뷰하기 전에 먼저, 동물복지 축산물에 대해 설명을 좀 해 보자면

 


1. 우리나라의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 제도는

 

 -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에서 하고 있는데

 - 2012년부터 계란부터 인증 기준이 만들어졌고

 - 매년 축종이 늘어 돼지, 육계, 오리, 한육우, 젖소 등의 기준이 15년말까지 만들어졌다

 - 최근 (9월 20일인가?)에는 1호 젖소농장이 인증을 받았다

 - 9월 25일 현재 총 인증농가는 107개

 - 인증받은 축종은 산란계가 85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돼지농장 12개, 육계 8개, 젖소 2개 (실제로는 1개농장) 이다

 

2. 동물복지 농장으로 인증받으려면

 

 - 동물의 5대 자유인 • 배고픔과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 통증 · 상해 ·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를 충족하는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 인증 받은 농장은 다음과 같은 간판을 달 수 있고,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인증 마크를 부착하여 판매 가능하다

 

 

(동물복지인증농장 간판)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에 붙일 수 있는 인증로고)

 

 - 동물복지 인증 농장 중, 자유 방목을 실시하는 농장은 별도의 인증 기준인 방목장 규정을 충족시키면 자유방목에 대한 추가 인증도 받을 수 있다.

 

 

3.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은

 

 - 농장단계, 운송단계, 도축단계 모두 동물복지 인증 받은 시설에서 사육과 운송, 도축이 되어야 한다

 - 계란의 경우, (생축의) 운송, 도축 단계가 생략되므로 농장단계만 동물복지 인증 받으면 된다

 - 그래서 산란계 농장의 인증 축산물이 가장 많다 (시설비도 가장 덜 들고)

 - 생산비가 관행 시설 대비 30% 정도 많이 소요되므로 당연히 값도 더 비싸다

 - 그래서 백화점과 같은 고급 유통채널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이 정도를 설명하면 동물복지제도와 축산물 관련 설명을 한 것 같다.

 

더욱 자세한 설명은 다음번 포스팅에서 전문적으로 다뤄보겠다 (사실은 이에 대해 기획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있어서, 자료 제출 후 블로그에도 실을 예정이다). 참고로 동물복지 관련한 주무부서의 관리 홈페이지는 다음과 같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 http://www.animal.go.kr/portal_rnl/index.jsp

 


 

동물복지 인증농장의 계란은 사실 구하기 힘들고, 가격도 비싸 (약 2배 정도 한다)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품목중 하나다.

 

계란은 중간 유통 업자들의 수급 조절 (이라 말하나 농가 입장에서는 농간, 장난질 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으로 인해 동네 대형 수퍼의 미끼상품으로 자주 등장하여 고무줄같은 가격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소고기 > 돼지고기 > 닭고기 에 이어 다음으로 저렴하고 부담없는 단백질 공급원이기도 하다.

예전, 배고프로 못살던 시절의 계란은 귀한 식재료였지만, 품종개량과 공장식축산으로 인한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으로 이제 계란은 누구나 부담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축산물이 되었다.

 

아무튼, 이러한 계란은 보통 마트에서 이제 10개들이 2,000~4,000원 정도면 살 수있다 (16년 9월 기준, 10개들이 특란 기준 산지 시세는 1,100원~1,200원이다)

 

(출처 : 농업관측센터 http://aglook.krei.re.kr/jsp/pc/front/observe/monthlyReport.jsp)

 

그런데, 동물복지란은 10개들이 약 4,000원~7,000원 정도 한다.

 

일반란 대비 가격이 약 1.5배~2배 정도 비싼 것 같은데, 비싸긴 하지만 동물복지를 위해 쓰인 비용만큼 더 부담을 한다는 생각으로 생각을 해야된다고 본다.

 

 

파손 방지를 위해 스티로폼 박스로 배송이 되어 왔다

 

 

보통, 생산자의 이름만 들어가는데 당당하게 생산자 사진이 큼지막하게 박혀있다.

풀려있는 닭들 사이에서 해맑게 웃고 계신 농장 사장님 모습인데, 이정도면 정말 믿고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 농장의 경우, 자유방목 인증까지 받았다.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인증은 다 통과한 가장 좋은, 최고급 계란의 증표다

 

 

스티로폼 박스 안에 계란들이 띄엄띄엄 잘 들어있다. 뽁뽁이가 한장 더 들어가 있었는데

 

 

깨진 계란 없이 잘 왔다

 

 

농장 이름이 해든 마당 이었구나

 

아무튼, 이렇게 비싸고 좋은 계란을 20개 들이 받았고, 비교를 위해 근처의 롯데마트로 달려가서 가장 무난해 보이는 일반 계란을 10개들이 한 박스 사 와 보았다.

 

 

롯데마트표 에코 프렌들리 친환경 계란 : 24일날 사러 갔었고, 가격은 2,800원이었다 (10개들이)

 

 

 

알로팜이라고 하는 농장의 계란이었는데, 난각이 착색된 것들도 몇 개 보였다

 

참고로 농협에서 파는 안심계란은 계란등급제를 적용해서 계란 표면에 여러가지 정보를 담은 숫자가 프린트 되어있고, 냉장 진열되어 판매되기 때문에 신선하다

 

 

 

 (아무튼)

 

계란요리(?!)로는 가장 쉬운 계란후라이를 만들어보았는데, 여기서 계란의 신선도를 나타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계란의 신선도는 호우단위(Haugh unit)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계란의 중량과 농후단백의 높이를 측정하여 신선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산식은 : H.U = {100 log (H-1.7W 0.37 + 7.57)}

※ H: 농후난백높이(mm), W: 계란 중량(g)

 

 

그러니까, 계란을 풀었을 때, 투명한 코 같이 생긴 농후단백의 높이가 크고 영역이 넓을 수록 신선하다는 이야기인데, 오래되고 신선도가 떨어지는 계란일수록 농후단백이 풀어져서 계란이 펑퍼짐해지고, 호우단위는 작아진다.

미 농무성에서 제시하는 호우단위에 따른 신선도 예시는 다음과 같다 (aa, a, b)

 

 

신선도를 측정하기 앞서, 계란을 받은 날짜를 비교해 보면

동물복지란을 받은 것이 23일이었고, 롯데마트에서 산 계란의 산란일은 19일로 찍혀 있었다. 복지란의 경우 집란과 택배 발송 기간을 2~3일 정도 감안하면 20일 정도 산란했을 거라 예상하여, 산란일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계란을 탁 풀어서 한번 보니

 

 

완쪽이 일반란, 오른쪽이 동물복지란

 

 

일반란 : 노른자 색깔이 주황색에 가깝고, 복지란 대비 농후단백이 퍼져 보인다. 참고로 노른자 색깔은 사료의 성분에 의해 영향 받으니 크게 신경써서 볼 것은 아니다

 

 

동물복지란 : 확연히 차이나는 농후단백. 도드라지게 생겼다. 매우 신선한 최고품질의 신선도다

 

 

 

이게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계란의 신선도는 맛 뿐만 아니라 안정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모계의 건강상태 또한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이다. 롯데마트에서 사 온 계란을 낳은 닭 보다 복지농장의 닭이 훨씬 건강하고 컨디션이 좋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나왔다.

 

 

 

 

계란 후라이를 각각 동일 조건에서 만들고, 어느게 복지 계란인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아내와 아이들에게 먹어보게 했다.

 

 

 

 

일반란과 동물복지란이 별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한 점씩 먹어보더니 전부 복지계란만 먹겠다고 한다.

훨씬 고소하고 잡냄새 안나는 것 같고 맛있다고 한다.

 

본인도 한 점 먹어보고 바로 수긍했다. 입맛이 별로 안 까다롭고 아무거나 잘 먹고, 차이를 잘 못느끼는 본인이지만 이렇게 비교해서 먹어보니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롯데마트에서 사 온 계란은 본인이 다 먹기로 하고, 맛있는 계란은 후라이를 더 만들어서 딸램들에게 주었다.

 

 

사실, 지난번 기고문에서도 동물복지 축산물은 기존 축산물 대비 그렇게 엄청나게 맛있거나 영양소가 많은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축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측면에서 필요하며 이런 소비를 늘려가자 라고 썼었다. 비싼 축산물이지만, 농장동물 복지에 동참하자는 측면에서만 의견을 썼었는데, 오늘 이 동물복지 계란을 먹어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이전에도 두 번인가 동물복지 인증 계란을 사 먹어 보았는데, 그 때에는 이 정도로 맛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이번에 받은 계란은 자유방목 인증까지 받은 것이고, 좀 더 세심하게 관리를 받은 닭에게서 나온 계란이라 확연한 차이를 느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행축산 vs 동물복지축산)

 

궁금해서 이 농장의 제품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구운계란, 유정란 등을 여러 채널을 통해 팔고 있었다.

20구 들이 복지인증란을 보니

 

http://www.10x10.co.kr/shopping/category_prd.asp?itemid=1421179&rdsite=nvshop_sp&NaPm=ct%3Ditisk7pk%7Cci%3D21a45ca2c2be9996177788e63b9efd5c18631d6c%7Ctr%3Dslsl%7Csn%3D219718%7Chk%3D5b6179a337dfa59c3ba6e4080beefe1c335ec675

 

 

 

20구 들이 기준, 배송비까지 하면 1만원 정도로 팔고 있었다.

 

마트에서 사는 20구 들이 일반란이 6천원 정도니까 1.6배 정도 가격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품질과 만족도라면 이제부터 조금 비싸더라도 이 농장의 계란을 사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본인 가족은 생협을 두 군데 이용하는데 (한살림, 자연드림), 한살림 생협에서도 동물복지계란을 팔고 있어서 사 먹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번에 체험용으로 받아 먹은 계란보다 맛이 덜 한 것 같다.

다음주에는 다시 그 계란을 사서 한번 먹어봐야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제는 생각을 좀 바꾸어서 일반 계란 말고, 동물복지 계란을 사 먹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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